키 207cm 수원교구 인진교 부제 15일 수품
한국에서 가장 큰 사제, 큰 키만큼 기대감도 커
'헉! 크다. 어디 올라서 있는 건가?'
2m7cm란다. 아니 그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고 했다.
며칠 후면 한국교회에서 키가 가장 큰 '걸리버 사제'로
기록될 수원교구 인진교 부제를 만났다.
인 부제는 15일 사제품을 받는다.
"하하. 제가 조금(?) 크죠. 그렇다고 그렇게 놀라시다니요."
인 부제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기자에게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웃음을 건넸다.
"어딜가든 반응이 똑같아요.
다들 놀라서 아래 위로 쳐다보며 수군거리고 난리죠.
예전엔 그런 시선이 싫어서 밖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이젠 '즐기는 경지'에 올라섰어요.
오히려 주목받지 못하면 서운할 정도라니까요."
인 부제가 사람들 시선에 넉넉한 웃음으로
화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사춘기는 고민과 절망으로 얼룩진 시간이었다.
"늘 구부정하게 다니고 성격도 밝지 않았어요.
놀림거리가 되는 큰 키가 부끄럽고 싫었어요.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수업 끝나면 곧장 집에 와서 방에만 있었죠."
인 부제의 큰 키는 심장질환이 원인이다.
인 부제는 "이 병을 앓으면 대부분 합병증으로
고생하거나 매우 허약하다"며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병원을 꾸준히 다닌 덕분에 건강만큼은 지켰다"고 말했다.
키 큰 강박관념을 신학교에 들어와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인 부제는
"교수 신부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큰 키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고 하느님 선물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학교에선 어느 누구도 저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줬죠.
덕분에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죠.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격도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걸 느꼈어요.
매년 새롭게 태어난거에요."
사실 신학교에선 인 부제 입학 때 비상(?)이 걸렸다.
수단에서부터 책상, 침대까지 맞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
그래서 책상과 침대 등을 모두 특별맞춤 제작해줬다.
인 부제는 밖에 나가는 것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구부정하게 다니지도 않고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닌다.
물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면 머리를 부딪치지 않으려고
늘 조심해야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말이다.
"큰 키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는 인 부제.
얼마후면 사목자로 신자들과 만나게 될 그 날,
신자들의 호기심어린 눈망울에 대한 기대는 그의 키 만큼이나 큰 것 같다.
"세상과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니까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그래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밝은 마음이 제 키처럼 쑥쑥 클 수 있도록 말이에요."
9월10일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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