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나누며 섬기고 사랑하며

"이 날도적놈을 내가 어떻게 해야 되나요(?)"

153뉴스 tv 2007. 1. 25. 21:13
 

 

"이 날도적놈을 내가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이른 아침이다. 화가 난 얼굴로 씩씩 거리며 목청을 높이는 충길이 어머니.

내막을 알고보니 간밤에 어머니 주머니에 있는 돈을 은근슬쩍 가지고 나간 아들에 대한 원망을  이른 아침부터 쏟아 내신다.

 

여관 주인에게 지불해야할 월세를 간밤에 아들 충길이가 어머니의 주머니를 불로 태우고 몽땅 가지고 도주한 것이다. 

 

이들 모자지간은 여수 순천 등지를 오가며 껌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껌을 팔다가 때로는 인정 많은 지인을 만나기도 하면 그날은 복있는 날이다.

 

충길이(28세)와 어머니를 알게된 것은 지난해부터.

충길이가 지인을 통하여 여수밥퍼공동체를 찾아온 것이다.

오갈데 없는 그를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한데 그는 공동체생활에 적응하지를 못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항상 들락달락 하는 불안한 생활을 했다.

그는 초반에 비밀에 가린  생활을 반복했다.

밤늦은 시간이면 외출을 하여 새벽시간에 공동체로 돌아오곤 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밤을 보낸 것이었다.

 

공동체를 들락달락 하던 그가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찾아왔다.

그런데 60대 중반인 그의 어머니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후한 모습이었다.

한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벼랑끝,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 수 없는 칼날 위에 서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그의 어머니는 바로 칼 날 세상을 험하게 사신듯 하다.

 

오랜 세월 험하게 살다 보면 그 환경 때문에 억센 기운이 돌고 눈초리가 매서워지는 법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러한 분위기이었다.   

여하튼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도 새벽녁에 가셔버렸다.

 

 

 

그러던 그들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금 공동체를 오가곤 한다.

껌을 팔리지 않는 날이면 잔뜩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공동체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어머니는 아장거리며 걸어오던 코흘리개  아들이 이제는 성장하여 사람 구실을 바랬지만, 아직도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가 되어 저 비틀거리는 자식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소명으로 부서져라 기운을 쓰며, 껌을 파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핸드폰에 사진을 담는 이날도 그의 어머니는 그가 밉살스럽지만 자꾸만 눈에 밟히는 표정이다.

쌍봉복지관에서 가져온 옷가지를 골라 주방에서 그에게 입혔다. 그의 옷가지를 살펴보니, 족히 달포는 입던 옷인듯 싶다.

옷을 입는 동안 모자지간은 화해를 한 듯 싶다.  

오해하고 미움이 지나쳐서...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부모님일 것이다.

화해의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사랑과 미움도 알고 보면...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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