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웰빙 바람도 순식간에 잠재울 정도로 거세다. 언제 끝날지 그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경기는 좋은 때에도 몸살을 앓고 있던 문화계를 ‘산소호흡기’를 대야 할 정도로 아사 직전의 상태까지 몰아가고 있다. 왠지 지금은 문화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게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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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문화실험’의 지휘자로 나선 나눔과기쁨 문화나눔사업단 이동수 단장이다. ‘나눔과기쁨 교향악단’이 성공한다면 국내 음악예술계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 이런 가운데 문화계는 갖가지 묘책을 짜내 이 시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공연 티켓이 홈 쇼핑 상품으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고, 같은 값에 여러 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조인트 콘서트가 붐을 이룬다. 이런데도 긴 터널을 빠져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중 문화계가 이 지경인데 클래식 음악계는 오죽할까.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음악예술계에 ‘실험’이라고 불러야 될 일이 지금 NGO 단체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그 ‘실험’을 준비하는 곳은 사단법인 나눔과기쁨이고 그 ‘실험’ 제목은 ‘나눔과기쁨 교향악단’이다.
이 교향악단이 여느 교향악단과 다른 점은 이 교향악단은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일고 있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자리를 창출의 한 방법으로 창단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원들은 지급되는 급여를 받는다. 물론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고용과 산재·건강·국민 연금 등 4대 보험 혜택을 받는다. 이런 면에서 보면 명실상부한 ‘기업형 교향악단’ 임에 틀림없다.
현재 이 ‘실험’의 지휘자로 나선 이는 나눔과기쁨 문화나눔사업단 이동수(38) 단장이다. 올 새학기부터 상명대에 예술경경 관련 강의도 맡을 예정인 이 단장은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국내 음악예술계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서울 장충동에 있는 나눔과기쁨 사무실에서 만난 이 단장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모습이었다. 거의 몸도 녹초가 된 것처럼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나눔과기쁨 교향악단’ 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얼굴에는 금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우리 ‘나눔과기쁨 교향악단’은 군대로 치면 ‘군악대’의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소외된 곳에 희망을 주고, 활력을 주는 일을 하게 될 겁니다.”
이 단장은 이런 이유로 ‘나눔과기쁨 교향악단’은 꼭 성공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그것이 또 이 교향악단의 존재 이유로도 느껴졌다.
“보통 오케스트라 단원은 56명으로 구성됩니다. 우리가 배정받은 인원은 35명입니다. 하지만 정규단원이 이 정도라는 것은 엄청난 규모입니다. 나머지 단원은 우리가 공연을 통해 올리는 수익금으로 채울 겁니다. 물론 정규단원입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나 예술단체와 연계해 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나눔과기쁨 교향악단’은 오는 20일까지 단원을 공개 모집한다. 현재 원서를 내는 이들은 갓 음대를 졸업한 사람도 있지만 전직 대학강사, 유학파가 대분이라고 살짝 귀띔을 해준다.지원자들의 내공이 상당한 수준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지금 예술인들이 정규직으로 취직해 일하고 있는 경우는 10%도 안 됩니다.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프리랜스들입니다. 이런 여건 속에서 모두가 정규직으로 참여하는 ‘나눔과기쁨 교향악단’은 분명 음악에서도 한 차원 높은 소리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 단장이 목표로 삼는 것은 올해 안으로 ‘나눔과기쁨 교향악단’을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게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있다’고 다시 힘 주어 말한다.
곧 새로운 ‘실험’의 결과로 탄생하게 될 ‘나눔과기쁨 교향악단’의 음률을 오랫동안 우리 곁에 두고 듣는 것은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그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이미 골칫거리인 ‘월급’은 많은 부분이 해결돼 있기 때문이다.
최모림 기자 [중도와 균형을 표방하는 신문-업코리아(upkorea.net)] -Copyrights ⓒ 2006 업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