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이야기
담쟁이는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사계절을 맨몸으로 부딪히며 시련을 견디고
또한 드러난 고통의 아픔을 온몸으로 맞서 싸워 이겨 나간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가녀린 줄기에 물이 오르면
따사로운 봄볕받아 메마른 대지에 생동감을 주고
허물어져 가는 담장에도 생기를 불어 넣는다.
퇴색된 성벽의 초췌함을 파릇한 생명의 색으로 바꿔놓고
세월에 지쳐 늙어가는 폐가의 뒷곁에도 봄을 열어 준다.
담쟁이 (상춘등:常春騰)
허무의 시간
잿빛 계절 끝을
맨몸으로 감싸안고
푸르게 빚은 젊은꿈
하늘 향해 되뇌이던
소리없는 염원은
퇴화된 흔적으로
바위속에 묻혔다
바람따라 흔들려도
좋을 삶 이언정
모질게 버티어낸 폭풍의 시련
침묵 아래 새기고
수없이 묵념하던 사랑의 맹세
아프게 부대끼던 슬픈 언약은
외줄기 목마름 되어
부서져 내린다
아
붉은 영혼의 떨림
빛바랜 가을 속에
마른 바삭임으로 스러져 가는
추파의(秋波) 편린(片鱗)이여-
또한 담쟁이는 스러질듯 스러지지 않으며 굽힐듯 굽히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이 마치 우리네 민족성을 닮은듯도 하다.
은가을, 영혼이 타오르듯 붉은 빛의 단풍이 지고 혹한의 계절이 오면
차가운 바위에 드러난 짧은 뿌리와 연약한 줄기가 금방이라도 메말라 부서질듯 하면서도
갈고리 같은 억센 잔 가시와 뿌리로 잔혹한 겨울을 버티어 이겨 나간다.
사시사철 변함없이 우리의 뒷곁을 지키며 미움과 서러움 모두 껴안은채
모두가 다 떠난 빈집을 홀로 지키는 담쟁이...
추억이 아련한 어린시절엔 철수와 영희의 소꿉놀이와 함께 성장 하였고
지금은 성인이 되어 떠나간 그들의 뒷그림자를 묵묵히 지워준다.
담쟁이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풀이다.
이른봄에 피어나는 개나리처럼 화사 하지도 않고 초여름밤을 수놓는 박꽃처럼
소박한 멋도 부리지 않는다.
한여름에 온 산야를 뒤덮는 개망초 처럼 추억의 주인공이 되지도 못하고
가을날 화려한 자태로 태양을 머금는 해바리기처럼 계절의 주인공이지도 못하다.
그러나 온 여름내 묵묵히 담벼락에 기대어서서 폭염에 이글대는 여름을 막아내고
또한 가을이 되면 단풍잎만큼 아름다이 여겨지진 못하다 하더라도
우리의 창가에서 은은한 붉은 빛으로 우리의 시심을 젖게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같은 우리 젊은이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사랑의 오랏줄이 되어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마술사 같은 담쟁이넝쿨....
한편 담쟁이는 우리의 심장 모양을 닮은 잎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심장 만큼이나 많은 이로움을 또한 우리에게 준다는 의미도 있으리라.
담쟁이는 예로부터 민간에서 줄기와 열매를 상비약으로 많이 사용하여 왔다.
담쟁이는 풍을 없애고 통증을 멈춘다고 한다.
그 맛은 달고 떫으며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산후어혈로 배가 아픈데, 류머티즘성 관절염, 뱃속에 있는 덩어리를 없애며
부인의 적,백대하를 치료하고 밥맛을 좋게 한다고 한다.
쟁이 덩굴은 줄기와 열매를 그늘에서 말려 달여 복용하면
당뇨병의 혈당치를 떨어 뜨리는 효과가 현저하게 좋다고 한다.
또한 술에 우려 내어 먹으면 관절염 치료에 대단한 효능이 있다고 하며
비염과 축농증 치료에도 쓰인다고 한다.
또한 항암효과도 상당하다고 하여 피부에 생기는 육종이나 양성종양에도 사용하며
갖가지 암이나 옹종 치료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고
무엇보다 남성들의 양기 부족에도 효력이 있으며 가래나 기침에도 좋다고 한다.
다만 담쟁이를 약으로 쓸때에는 반드시 나무를 감고 올라간 것만을 채취하여 써야 한다고 한다.
바위를 타고 올라간 것은 독이 있으므로 주의 해야 한다고 하며
가능하면 소나무나 참나무를 감고 올라간 것을 써야 한다고 하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오묘한 힘이야 말로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좋은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한겨울 혹한의 추위와
한여름 그칠줄 모르는 장대비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우리의 옆자리를 지켜주는 담쟁이.
낙엽의 모양이 우리의 심장 모양을 닮은 담쟁이.
보이는듯 보이지 않는 미세 하면서도 잔잔한 가시속에
철끈같은 질긴 힘을 간직한, 그러면서도 우리의 가슴을 언제나 추억에 젖게하는
미묘한 마력을 가진 빛바랜 추억의 주인공....
서산마루 걸린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통 담벼락을 물들이며
불타듯 타들어가는 담쟁이야 말로
우리의 초라한 가슴을 대변해 주던
우리의 타버린 계절의 흔적은 아니었을까?
녹제/조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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