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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감동의 스토리] 아버지의 대나무 소쿠리

153뉴스 tv 2007. 1. 27. 13:51

 

 

아버지의 대소쿠리

 

/ 김영희

  평생 베풀고도 마지막 가는 길에

또 뭔가를 남기고 싶어하셨던 아버지!



우리 집 베란다에는 대소쿠리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물도 잘 빠지고 화학물질이 녹아날 염려가 없으며,

무엇보다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 더욱 애지중지합니다.



돌아가시기 서너 달 전 겨울,

아버지는 양지 바른 마당에서

무릎에 두꺼운 천을 대고 대나무를 쪼개

대소쿠리를 엮기 시작하셨습니다. 

 

싸리나무를 휘어서 둥글게 테를 잡아

엮어나가는 솜씨는

동네 사람들 모두가 탐을 냈습니다. 

 

뭐하러 그렇게 많이 만드느냐는

어머니의 잔소리도
아랑곳 없이 큰 것, 작은 것으로 구분된

대소쿠리는 수를 더해 갔습니다.



그리고 섣달 그믐날, 아버지는

지게 가득 소쿠리를 짊어지고는

동네 20여 가구를 돌며

하나씩 선물하고 돌아오셨습니다.
기쁨으로 가득 찬 그 얼굴은

근심 걱정 다 덜어낸 듯한

편안한 모습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우리 여섯 형제에게도

 하나씩 나눠주시며

"걸어두고 아비 보고 싶을때 봐라" 하셨습니다

우린 앙증맞은 대소쿠리를

받아들고 참 좋아했습니다.
그해 봄 대소쿠리를 만드느라

갈라지고 터진 손이 채 아물기도 전에

아버지는 우리와 이별했습니다. 

 

당신의 앞일을 미리 알고 혼자 준비하시고

홀연히 떠난 아쉬움에 우리 모두는 통곡했습니다. 

 

평생 베풀고도 마지막 가는 길에

또 뭔가를 남기고 싶어하셨던 아버지!


무딘 손끝으로 만들어낸 그 위대한 예술품은

지금도 동네 이곳저곳에서

주인이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때때로 마늘밭이며 고구마밭에서

만나는 아버지의 잔영으로

어머니는 요즘도 가끔 눈시울을붉히십니다.


얼마 안 있으면 정월 대보름 비빔밥에

얹을 콩나물 시금치를 씻어

소쿠리에 건질 일이 벌써부터 즐거워집니다.

 

 

 
출처 : 고향 잃은 나그네
글쓴이 : 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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