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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센터 '문닫을 위기' , 쉼터노동자들 거리 내몰려

153뉴스 tv 2010. 12. 29. 21:55

[한겨레] 고용부, 일방 계약해지로
장기간 업무공백 우려에

"아직 직장도 못 구했는데 여기 문 닫으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29일 오전 경기 안산시 고잔2동 안산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AFC)의 상담 창구에서 만난 타이 출신 노동자 수파키드(40)는 직장을 잃고, 거처할 곳도 없이 엄동설한의 거리로 내몰릴 처지였다.

5만여명의 안산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직업을 알선하고 미지급 급여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해온 지원센터는 얼떨결에 포탄을 맞은 듯 어수선했다. 1주일 전인 지난 22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안산 지원센터 위탁운영기관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노회 유지재단 쪽에 팩스를 보내 '계약조건 불이행, 제3자 위임에 의한 약정 위반' 등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고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쉼터의 외국인 노동자를 내보내지 않으면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센터의 김영선 상담팀장은 "올 한해만 4만5738건의 외국인 노동자 상담과 400명의 한글학교 수료자 배출 등으로 전국 8개 지원센터 가운데 상위권에 드는 평가를 받았다"며 "공단이 제시한 이유가 전혀 사실과 달라 재심을 요청했지만, 재심도 열리지 않은 채 28일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공문만 다시 왔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공단 쪽의 퇴거 요청에 따라 26일까지 부랴부랴 같은 건물 쉼터에서 머물던 외국인 노동자 24명을 내보냈지만, 이 가운데 12명은 다음날 쉼터로 다시 돌아왔다. 타이 출신 상담원 니다(34)는 "산업재해 노동자 2명을 포함해 갈 곳이 정말 없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유지재단 상임이사인 박천응 목사는 "월셋방도 방을 빼라고 할 때 한 달 전에는 얘기하는데, 한겨울에 사전 설명도 없이 팩스를 보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내보내고 법적 조처 운운하는 반인도적 처사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길수 고용부 외국인력정책과장은 "센터 쪽과 2년 전 계약연장을 하면서 1억원짜리 방송장비를 방치하는 문제, 자기들끼리 재위탁을 하는 문제 등을 개선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는데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종료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조처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관련 상담 등의 업무는 상당 기간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에선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관련 업무를 관치화하려는 흐름 속에서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월 전국 8개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의 센터장 자격 조건으로 시민단체 대표 등과 함께 '4급 이상 국가공무원으로 2년 이상 재직한 사람' 등을 끼워 넣어, 노동단체들로부터 "관치를 하자는 거냐"는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영 외국인노동자협의회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민간 위탁사업을 정부기관이 다시 가져가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며 "센터가 관치화하면 미등록 이주 노동자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산/홍용덕 기자, 전종휘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