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

▲ <중국 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 -겉그림 ⓒ 시공사 인문교양 <중국 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시공사 펴냄)의 부제는 '한국인의 밥상을 점령한 중국산 식품의 위험에 대한 현장 보고'이다. 이 부제는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저자 '저우칭'은 1989년의 '6·4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구속, 수감생활을 했다. 수감 중에도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사상 개조에 항거해 싸우다 탈옥을 기도했다는 죄명으로 형량이 8개월 연장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의 도시와 농촌을 누비며 중국 식품들의 안전 현황에 대해 조사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그는 2년 동안의 조사 과정을 "마약 사범을 쫓는 것보다 더 위험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인체에 치명적인 '클렌부테롤'로 사육되는 돼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몇 명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위험들을 감수하고 저자가 밝혀낸 중국 식품들은 끔찍하고 뻔뻔하다. 우리는 왜 중국 식품들의 실체를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한 번 살펴보자.   젤라틴으로 만든 인조달걀에 피임약 먹인 물고기   인조계란의 계란 껍데기는 탄산석회에 석고를 섞어서 만든 것이고, 노른자와 흰자는 나트륨(C6H7O8Na), 명반, 젤라틴, 식용염화칼슘에 물을 부은 후 레몬 색 색소를 넣어 만든 것이다. … (중략) 보통의 주방 도구만 있으면 100~200개의 계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루에 최소한 1000개의 가짜 계란을 만들기만 해도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책속에서   껍질 안쪽에 합성수지와 비슷한 내막까지 갖춘 이런 성분의 인조달걀은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불빛 아래서 자세히 비춰 봐야만 진짜 달걀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공기구멍이 없는 정도의 차이만 날뿐이다. 프라이팬 앞에서 깨뜨려 음식을 하는 순간에도 거의 판별이 힘들 만큼 진짜 달걀과 거의 똑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인조달걀을 장기간에 걸쳐 먹으면 영양 섭취는 고사하고 대뇌의 기억력 감퇴와 노인성 치매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중국의 관련 국가기관에서는 명반이나 젤라틴 등의 식품 첨가제와 보조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지하에서 은밀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진짜 달걀의 소매가가 개당 0.4위안인데 비해 가짜달걀의 원가는 0.05위안, 대단한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필자는 광동, 저장, 장시, 산시 등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음과 같은 놀라운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매년 연말 양식업자들이 양어장 바닥을 청소할 때 바닥에 쌓인 진흙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항생제)이나 피임약을 양어장 바닥에 두껍게 까는 것이다. 양식업자들이 이처럼 양어장 바닥에 피임약을 깔고 또 물고기 사료에 다량의 호르몬을 첨가하는 이유는 이들 약품이 어류의 전염병을 예방해 줄뿐만 아니라 생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게 해준 말은 거의 비슷했다.   "여기 현지 사람들은 우리가 양식하는 이런 물고기는 먹지 않아요." - 책속에서   바닷가 일부 횟집이나 수산물 구매가 주목적인 수산물 원산지조차 중국산 횟감이나 수산물을 쓴다는 공공연한 소문들을 들었다. 회를 좋아하는 남편과 우리 가족, 아찔하다.   심장 기능 이상 부르는 클렌부테롤 돼지고기   우리 시장에선 중국산 돼지고기가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클렌부테롤로 키워지는 돼지의 실상도 쉽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저자가 목숨을 위협 당하면서까지 파헤치고 싶어 할 만큼 중국의 클렌부테롤 돼지 사육은 광범위하다. 이미 중독의 희생을 단단히 치른 유럽 등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병원 내과 의사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 다량의 '클렌부테롤'을 복용하면 심장 기능의 이상과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한다." - 책속에서   광우병의 원인인 육골분 사료처럼 인간의 삐뚤어진 욕심과 이기가 만들어낸 클렌부테롤 사료의 최초 희생은 1990년 3월 스페인에서 시작된다. 그 후 스페인의 또 다른 지역들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식중독 사고는 계속되어 구미 과학자들이 위해성에 대처하는 방안을 찾는 시기에 중국의 학자들은 오히려 이 물질을 도입해버리고 만다.   "…(중략)이들은 '클렌부테롤'을 '돼지의 살코기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과학적 성과물'이라 부르며 연해 지역의 사료 공장과 양돈업자들에게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당시에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들은 '클렌부테롤'의 좋은 효과만 홍보하면서 사료 첨가제로 사용된 후 약물의 잔류가 일으키는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약물의 첨가와 관련된 정부의 관련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 책속에서   1999년, 상하이의 운동선수 2명이 클렌부테롤이 함유된 고기를 먹고 양성반응을 보여 시합 출전이 금지되었다. 2000년 1월에 항저우 주민 수십 명이 클렌부테롤 돼지고기를 먹고 집단 식중독을 일으킨 것을 비롯하여 2001년 50명, 2001년 8월 26일 530명 등등 클렌부테롤 관련 집단 식중독 사고가 계속됐다. 저자가 밝혀낸 사례는 계속된다.   성조숙증으로 시름하는 중국 아이들   저자 저우칭은 야채가 생산되거나 돼지가 사육되는 중국의 농촌과 물고기 양식장, 야채가 절여지거나 갖은 식품들이 가공되는 곳, 가짜 식품들이 만들어지는 지하 현장, '클렌부테롤'이 거래되는 경로 현장, 머리카락(간장을 만든다)이 대량 거래되는 이발소 등, '암보다 치명적인 위험 물질'인 중국 식품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생생하게 쫓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먹을 것과 중국인의 운명)과 2장(아편전쟁에서 식품전쟁까지)에서는 돈 앞에 기본적인 양심조차 내팽겨 쳐버린 중국인들의 도덕불감증, 수치와 고통의 감각이 마비된 중국 사회를 엿볼 수 있다.   3장(괴물로 변해 버린 육류제품)과 4장(신선해 보이는 식품의 진실)에서는 책을 읽는 내내 광우병이나 조류독감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다. 5장(독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라)에선 중국을 향한 저자의 호소를 들을 수 있다. 부록으로 중국에서(중국의) 식품을 고를 때의 주의점과 식품별 특징과 육안 구분법 등을 비교적 상세히 실었다.   암보다 치명적인 중국 식품의 정체 책에는 중국의 수많은 식품 현장이 소개되고 있다. 기사의 본문에 언급한 가짜달걀에 콜렌부테롤 돼지고기, 항생제와 피임약으로 길러지는 양식장의 물고기들 외에 우선 기억나는 몇가지만 정리해 보았다. 정리를 해본다고 했으나 끝내 아쉽다.   이 밖에 피혁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중국 대륙의 어류, 닭, 돼지 양식장(사육장)에서 폐기 피혁 재료를 광범위하게 사료로 이용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피혁 재료에는 다량의 화학 약품이 사용되는데, 피혁을 가공하면서 상당량의 자투리가 발생한다. 대륙에서는 이것을 전문적으로 수거해 분쇄한 다음 잡곡이나 소금과 혼합하여 다시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대륙 동북부에 산재한 홍콩 기업의 피혁 공장에는 모두 이를 전문적으로 수거해 사료로 가공하는 업자들이 드나들며, 홍콩의 300여 어류 양식업자와 도매상들도 이들과 거래를 한다고 폭로했다"-61p   이처럼 우리의 상상력과 추측을 훨씬 웃돈다. 어떻게 정의할 수 없을만큼 식품 전반에 걸쳐 복잡하게 맞물려 있고 중국 국내외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카락에서 채취한 아미노산으로 제조된 간장 ▲빙초산과 물을 섞어 만든 식초 ▲강한 발암성물질로 식용이 금지, 주로 목재의 염색에 사용되는 '애시드 레드 73'으로 착색되는 새우살 ▲인체에 치명적인 '클렌부테롤'로 키워진 돼지고기 ▲공업용 소금으로 절여지는 반찬 ▲허용치의 100배가 넘는 농약이 검출되는 채소들 ▲공업용 표백제로 표백하고 공업용 차아황산나트륨으로 윤기를 살리는 떡, 유황으로 훈증 ▲유통기한이 지난 빵으로 만드는 쿠키 ▲표백제로 재배하는 콩나물 ▲양귀비를 첨가한 탕을 파는 음식점 책을 읽는 동안 내 몸과 내 가족의 몸속에 잔류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피임약과 클렌부테롤의 공포를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 식품에 대한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식품과 중국산 물건들이 우리 생활을 점령하다시피 한 터라 이 책을 읽은 소비자로서 감당해야만 하는 정신 부담은 너무 크다.   끝을 알 수 없는 늪과 같은 아득함까지 느껴지는 중국 식품의 실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할까? 저자가 파헤친 실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베이징에서는 성조숙증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중에는 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란 체구에 월경을 시작한 아이도 있고 6세 남자 아이가 콧수염이 자란 사례도 있다고 한다. 원인은 호르몬이 과다 함유된 어린이용 식품 때문이다.   전 세계에 중국 식품이 진열되지 않은 매장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우리는 하루라도 중국 식품을 먹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책 뒤표지에 '우리 아이가 급식을 통해 매일 먹는 음식의 실체, 마트에 진열된 값싼 식품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는가?'라고 쓰여 있다. 우리가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중국 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저우칭 지음/김형호 옮김/시공사/2008.8/1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