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샘터/민간요법

각기병

153뉴스 tv 2010. 7. 28. 16:44
신경과 심장장애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입맛이 없고 늘 피로하며, 소화가 잘 안되고 팔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디어진다(beriberi는 팔다리에 힘이 없어진다는 뜻의 스리랑카 말에서 유래하였음). 건성 각기와 습성 각기의 2가지로 나누는데, 건성 각기는 길이가 긴 신경이 점점 변성되어 먼저 다리에 있는 신경부터 시작해서 팔 신경으로 점점 변성이 나타나고, 근위축(筋萎縮)과 근반사(筋反射)의 소실도 함께 일어난다. 건성 각기보다 좀더 빨리 진행되는 습성 각기는 심부전(心不全:심장이 우리 몸에서 필요한 양만큼의 피를 공급하지 못하는 것)과 혈액순환장애를 일으켜 조직에 부종이 생긴다. 비타민 B1 이 모자라는 어머니의 모유를 먹는 영아는 각기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심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영아든 어른이든 관계없이 심장은 비타민 B1을 공급하면 즉시 상태가 호전되나 신경은 비타민B1 을 공급해주어도 그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심한 경우에는 신경세포의 구조적 손상이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비타민 B1은 탄수화물대사에 조효소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만약 비타민B1이 없으면 피루브산과 젖산[乳酸](둘 다 탄수화물의 분해산물임)이 조직 속에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심장과 신경에 각기병 증상이 일어난다.
비타민 B1을 함유한 식품은 많으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많이 잃게 되는데, 특히 곡물을 빻을 때 많이 없어진다. 껍질을 모두 벗긴 백미를 주식으로 하는 극동지역에서는 각기병이 1,000년 전부터 잘 알려져 있는 병이다. 각기병을 처음 발견한 역사와 각기병의 원인·치료는 의학 문헌에 잘 나와 있다. 1870년대에 일본 해군에서는 군함에 타고 있는 군인들에게 늘 먹던 식사에 육류·생선·채소를 더 준 결과 각기병을 없앨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전에는 배에 타고 있던 선원 가운데 거의 절반이 각기병에 걸려 많은 사람이 죽었다. 1897년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지금의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던 독일인 생리학자 크리스티안 에이크만은 닭에게 백미를 먹여서 각기병과 비슷한 병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사람에게도 각기병은 백미를 주식으로 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말레이시아에 있던 영국인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1907년 W. 플레처, 1909년 헨리 프레이저와 A.T. 스탠턴은 표본집단을 자세히 관찰했더니 백미를 먹는 사람들에게서는 각기병이 생겼으나 찐쌀이나 현미를 먹는 사람들에게서는 각기병이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1912년에 카지미르 풍크는 비둘기에게 왕겨로 만든 모이를 먹여서 각기병이 치료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여러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이 질환은 특정한 요소가 부족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생긴다고 제의하고 '비타민'(vitamines)이라고 명명했다.
이제는 아시아에서 각기병의 발생빈도가 현저히 줄었는데,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좀더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었기 때문이며, 또 한편으로는 점차 사람들이 비타민B1을 많이 가지고 있는 현미나 찐쌀, 강화미 등을 많이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타민B1은 날것이나 가공하지 않은 거의 모든 식품에 함유되어 있으므로 균형있는 식사를 함으로써 각기병을 예방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비타민B1결핍증은 만성 알코올 중독자에게서만 볼 수 있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