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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저녁놀

153뉴스 tv 2006. 12. 18. 16:48

 

여수 성산교회입니다.

손양원 목사님께서 시무하시던 교회입니다.

일제시대 때에 성도들을 위하여 순교하신 곳입니다.(실제로는 여수 미평동에서 순교하심)

저희공동체에서 함께 생활을 하던 안준식형제를 만나기 위해 찾았다가 교회 한 켠에 걸린 저녁놀이 아름답기에 사진에 담아습니다. 그런데 사진은 아마츄어 솜씨인지라......<石原>

 

 

 

 

한국의 개신교 영화⑨ 강대진 감독의 '사랑의 원자탄'


강대진 감독의 '사랑의 원자탄'(1977년)은 손양원 목사의 삶과 신앙을 영화화한 것이다. 손양원 목사는 해방 공간의 좌우익 대결 상황에서 자식들을 잃었지만, 아들들을 죽인 청년을 양자로 삼음으로써 기독교적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기독교인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손양원 목사는 또한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이데올로기적 대결 속에서 신앙을 지키다 소천한 순교자로서 기억되고 있다.

영화 '사랑의 원자탄'은 안용준의 동명(同名) 수기(手記)를 영화화한 것이다. 강대진 감독은 1961년작 '마부'로 제1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바 있다. 강대진 감독은 1982년작 '죽으면 살리라'를 통해 개신교의 대표적인 신사참배 반대투쟁자 안이숙의 삶과 신앙을 영화화하기도 하였다. 영화 '사랑의 원자탄'은 크게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손양원 목사의 삶과 신앙을 묘사하고 있다. 강대진 감독은 손양원 목사의 신사참배 반대와 옥살이, 해방공간의 좌우익 대결 상황에서 아들들을 잃고도 오히려 자식들을 죽인 청년을 양자로 삼은 일, 한국전쟁 중에 인민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실 등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손양원 목사의 삶과 신앙을 영화화하고 있다. 영화 '사랑의 원자탄'은 '신사참배 반대 투쟁자' '사랑의 목회자' '순교자'로서의 손양원 목사의 면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영화 '사랑의 원자탄'의 전반부의 주요한 모티브는 손양원 목사(이신재 역)의 두 아들 동인과 동신의 죽음이다. 강대진 감독은 동인과 동신의 죽음의 배경을 설정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강 감독은 좌우익의 대결로 요약되는 해방공간의 혼란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 감독은 학생들조차도 좌와 우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시하던 당시의 정황 위에 안재선(송승환 역)과 동인-동신 형제의 대립각을 설정하고 있다.

강 감독은 좌우의 이데올로기 대결 구도 외에도 이영실이라는 여학생을 중심으로 재선과 동인이 연적 관계였음을 암시하는 듯한 이야기의 일단을 내비치고 있다.(적어도 재선은 영실이 동인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점 때문에 동인을 증오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삼각구도의 설정은 오히려 동인의 죽음의 개연성을 설명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이보다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좌우의 이데올로기적 대결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심각한 상처를 남겨주었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접근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 감독은 동인-동신 형제가 재선 등 좌익 청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장면에서 그들 형제의 죽음을 '순교'의 관점에서 읽어내고 있다. 동인은 인민공화국 건설에 동참하라는 재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살아도 대한민국의 아들이오. 죽어도 대한의 아들이다. 공산주의는 결코 망한다. 속죄하고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영원히 살리라" 강 감독은 동인의 이 말을 통해 영생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 순교의 맥락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 '사랑의 원자탄'의 중반부는 손양원 목사가 자신의 아들들을 살해한 재선을 구해내어 양자로 삼음으로써 기독교 사랑을 몸소 실천하였음을 묘사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손 목사는 재선의 목숨과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온 정성을 다 기울인다. 손 목사는 "원수가 밉지 않느냐"는 국군지휘관의 물음에 대해, "우리가 저 공산주의자와 다르다는 게 뭡니까?"라고 반문(反問)한다. 손 목사의 정성과 진심어린 청원으로 재선은 죽음 직전에 석방되기에 이른다.

손 목사는 재선을 자신의 아들로 삼고 성찬식을 통해 '스테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준다.(스테판은 순교를 상징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손 목사의 헌신적 사랑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재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는 그들이 재선을 미워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재선을 보면 떠오르는 상처 때문이었을 것이다. 재선은 그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강 감독은 자살에 이르려는 재선을 부여안는 식구들과 영실을 통해 비로소 재선이 마음의 빗장을 열게 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재선이라는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따라서 재선의 심리 묘사는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영화 '사랑의 원자탄'의 후반부는 한국전쟁의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손 목사가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손 목사는 어서 피하라는 영실과 교인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성전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며 교회를 지키다 인민군들에게 끌려간다.

손 목사는 신앙을 버리고 전향을 해서 인민전선에 참여하라는 회유에 맞서 한국전쟁(영화에서는 '6.25'로 표기되고 있다)이 그들이 주장하는 '해방'이 아니라 '침략'이라며 항거한다.(이 장면에서 손 목사를 회유하는 인민군 지휘관은 젊은 시절 손 목사의 도움을 받았던 인물이었음이 언급되고 있다). 손 목사는 "하늘의 해가 하나 있듯이 주님이 주신 땅은 하나요 둘이 있을 수 없다"면서 회개를 촉구한다.

손 목사와 인민군 지휘관의 대화에는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이 잘 나타나 있다. "예수가 어디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손 목사는 (예수가) "당신 마음속에 있다"고 답한다. 손 목사는 또한 "내 육체를 너희들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내 정신은 꺾을 수 없다"는 말로 신앙이 이데올로기보다 강함을 토로하고 있다. 영화는 손양원 목사 영결식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영결식이 끝나갈 무렵 국군이 된 재선이 '아버지'를 부르며 달려와 오열한다. 손 목사의 부인은 그런 재선을 토닥이며 "목사님께서는 승리를 하신거다"라고 말한다. 이 대사에는 손 목사가 진정한 승리자이며, 그 승리는 기독교적 사랑에 기반한 것이라는 강 감독의 해석이 반영되어 있다.


/신 광 철 <한신대교수.종교문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