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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항 앞에 떠 있는 작은 섬, 녹음이 우거진 동백림 너머로 미항(美港)

153뉴스 tv 2006. 12. 15. 23:22

신항 앞에 떠 있는 작은 섬, 녹음이 우거진 동백림 너머로 미항(美港)  

 

여수에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아는 것이 동백꽃이다. 하루라도 봄을 빨리 맞고 싶은 사람이라면 동백꽃을 찾아 떠나자. 그곳에 봄이 있다.
웅크렸던 마음에 따뜻한 봄기운을 쬐고 싶다면 꽃 중에서 가장 먼저 여수에서 봄을 맞는 동백꽃을 찾을 일이다. 바람결에는 이제서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어 찬 기운이 묻어나지만, 저기 활짝 핀 동백꽃 한 송이는 강한 봄의 온기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어딘가에, 분명하게, 봄이 왔다는 작은 신호탄인 셈이다.


▲동백꽃-오동도를 감싸고 있는 동백나무는 3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 동백꽃 바다를 이룬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게 자리 잡은 동백 숲은 머리 위에 동백 화관을 쓴 느낌이다.

 

작은 섬 오동도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어 아무런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도록 강한 바람을 갖고있는 동장군이다. 오동도를 얼게한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오동도는 인적이 드물다. 


▲오동도 전경-1935년에 준공된 연장 1,213m(동쪽 445m, 서쪽 768m)의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멀리서 볼 때 마치 오동잎처럼 보이고, 오동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하여 오동도라 했다고 한다.

어제 광주, 전남에서는 첫눈으로 하루 적설량으론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번 폭설은 어제 아침부터 내린 눈으로 인해 오늘 현재 7시, 적설량이 해남이 37cm, 광주 29.3cm, 목포 30.4cm, 순천 13.6cm를 기록하였다. 반면에 여수는 진눈깨비가 간헐적으로 내렸을 뿐이다. 하루종일 바람을 동반한 차가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오후 늦은 시간에 오동도를 찾았다.

여수 신항 앞에 떠 있는 오동도는 섬 전체가 동백꽃. 녹음이 우거진 동백림 너머로 미항(美港) 여수의 바다가 펼쳐진다. 오동도는 여수의 동남단에 조성된 신항(新港)에서 약 1㎞ 떨어져 있다. 1935년에 준공된 연장 1,213m(동쪽 445m, 서쪽 768m)의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멀리서 볼 때 마치 오동잎처럼 보이고, 오동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하여 오동도라 했다고 한다. 또한 신이대나무(시누대라고도 함)가 섬 전체에 자생하여 죽도라고도 부른다. 


▲신이대 터널-신이대나무(시누대라고도 함)가 섬 전체에 자생하여 죽도라고도 부른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이 무기로도 사용하였다고 한다. 면적 3만 8000평의 섬 내에는 동백나무, 시누대 등 200여 종의 가종 상록수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오동도의 주차장에 당도하면  곧장  오동도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오른쪽에 쳐다보이는 전망대로 오를 것인가 결정을 해야 한다. 나무를 보고 숲을 알 것인가, 숲을 보고 나무를 알 것인가. 흔히 사람들은 오동도 진입을 서두르지만, 무릇 경치 감상은 눈 가는 대로 밟아야 마땅하므로, 전경(全景)이 먼저이고 세경(細景)이 그 다음이다. 따라서 오동도 입구에 가면 섬으로 진입하기 이전에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난 등산로를 먼저 올라야 한다.


▲전망대-오동도 입구에 가면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난 등산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정자 모양의 아담한 전망대가 나온다. 정자 2층에서 바라본 여수 바다가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망대에서는 오동도로 이르는 인공도로를 유쾌하게 오가는 관광 열차, 오동도 동백 숲, 등대, 그리고 그 너머의 바다, 오가는 쾌속정이 가르는 파도 물길, 바다 건너 대륙처럼 보이는 남해안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백열차-관광열차를 타고 좌우로 펼쳐진 바다를 즐기는 낭만에 파묻히는 것도 오동도만의 즐거움이다.

 

섬 한가운데 가장 높은 곳, 동백나무 가득 뒤덮인 언덕에 오동도 등대가 있다. 이 등대는 52년 교통부 해운국 오동도 등대에서 출발하여 88년 8월 ‘오동도 항로표지관리소’로 명칭이 바뀌었다. 등대는 높이가 10.5m고, 빛이 도달하는 거리는 19마일. 120V-1000W의 등명기와 음파표지기를 갖추고 있다.


▲ 등대-동백숲 언덕에 자리한 한려수도 지킴이

 

올해도 어김없이 오동도엔 벌써 동백꽃 바람이 불었다. 시린 눈발 속에서도 새빨간 꽃봉오리를 틔운 봄꽃, 동백의 자태는 언제 보아도 의연하다. 오히려 모진 겨울을 버틴 꽃이라 감회가 더 남다를 듯하다. 동백꽃은 딱히 개화 시기를 꼽기가 힘들 정도로 겨우내 피고지기를 반복한다. 11월부터 4월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동백꽃은 짙푸른 잎새와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대비를 이뤄 정열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여심화라는 별칭도 그런 연유다. 겨우내 남도의 섬에만 머물러 있던 동백꽃은 입춘을 시작으로 육지까지 꽃망울을 터뜨린다.

동백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등대 앞으로 바다가 호쾌하게 펼쳐진다. 오동도를 감싸고 있는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는 3월 중순이면 흐드러지게 피어 동백꽃 바다를 이룬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게 자리 잡은 동백 숲은 머리 위에 동백 화관을 쓴 느낌이다. 필자가 오동도를 찾은 계절이 초겨울이라 비록 붉은 동백의 화려한 춤사위는 볼 수 없어도 화려한 ‘겨울 꿈’을 꾸고 있는 동백나무 빼곡한 숲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한다.

사실 동백 유람은 흐드러지게 핀 꽃을 관람하는 꽃놀이가 아니다. 상록활엽수인 동백나무의 잎사귀는 짙고 푸르러 듬성듬성 맺힌 꽃봉오리를 가려버린다. 겨우내 피어 있지만, 벚꽃처럼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꽃이 떨어진 자리엔 어김없이 꽃길이 생겨난다. 비록 땅에 떨어졌더라도, 꽃봉오리는 여전히 붉다.


▲오동도의 식물-오동도는 온난하고 비가 많은 지역으로 다양한 난대성 식물이 자생한다. 동백나무·신이대나무·후박나무·예덕나무·광나무·돈나무 등 총 193종의 수목이 자란다.


▲3만8천평의 섬내에는 종려나무와 국화과 속하는 야생화(노란꽃) 등도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동백은 피었을 때와 떨어졌을 때 두 번 보아야 제격이라고 내심 강조하기도 한다. 반도 남단의 해안을 따라 자리 잡은 동백나무 군락지. 그래서 동백의 꽃봉오리는 푸른 바다를 향하고 있다.
동백나무에는 어김없이 동박새가 날아든다. '삐쭉삐쭉' 소리를 내서 '삔추'로 불리는 동박새의 지저귐은 봄을 알리는 상춘 메시지다. 여수 오동도는 내년 3월에 만개한다. 시린 맹추위 속에서도 벌써 봄기운을 틔운 겨울꽃 동백을 찾아, 봄을 맞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