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바이올린 柳溪 끄싱개
친구가 어느 날 우리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으며 건강하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다. 우리는 함께 다과를 나누는 동안 친구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아내가 "악기도 다룰 줄 아세요?"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곧 감개무량한 듯이
무언가를 회상하는 표정이었다.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실은 바아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어나마, 바이올린을요. 그런데 왜 그만두셨어요?"
궁금했던 아내는 그만 너무 직선적으로 묻고 말았다.
"실은, 결혼 당시 새색시였던 제 아내한테 핀잔을 받았어요. 제 처는
제가 바이올린을 켤 때면, '우리 집 남자들은 참 잘 켰어요,' 라고
말하곤 했죠.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죠. 안 그런 척했지만 그 한마디는
내게 충격을 주었던 거죠. 그 충격이 어떤 것인지 아주머니께서는 잘
모르실 겁니다."
그날 밤 친구의 말은 내 가슴에 와닿아 쉽게 떠나질 않았다.
그는 모든 면에서 남보다 빼어났고 남들이 보기에도 남의 말로 하여
놀리거나 충격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한 친구가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그 후 30년 동안 단 한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인간이란 참으로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내 아내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궁금해진 나는 아내에게 마음속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내는,
"아니요.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편이요." 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게 아닌가.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남편의 인생을 결정한다."
마음에 깊이 남는 말이다.
▶Whispering Hope
|